기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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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 발전을 위한 명문대학의 4가지 역할
B.K. Ahn·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

기부문화 발전을 위한 명문대학의 4가지 역할

 

B.K. Ahn·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

 



 

지금 대학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요 리더십 역할을 스스로 자처하고 실행에 옮겨야 명문(名門)대학이 된다.

요즘은 명문의 지표가 기부금 총액과 연관을 짓는 정량적인 것을 넘어 더 깊고 넓고 지혜롭게 쓰고 모으는 정성적인 것까지 대학 경쟁력에 포함되고 있는 추세이다. 만약 명문대가 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면 명문대의 정의가 확실하게 정립되어야 하고, 측정방법 또한 이해관계자 간에 공유되어야 한다. 대학은 교육을 통해 기부문화를 권장해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에게 특별한 역할도 기대한다. 리처드 세넷은 저서인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에서 어린이들이 바깥세상으로 나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간 계급으로 행동하는 법외에도 다른 것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는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어야 명문대 출신이다. 명문대학이기에 필란트로피 정신이 있는 것인지 필란트로피가 있기에 명문대학이 된 것인지 분명하진 않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의 명문대학에서는 필란트로피 정신과 문화가 핵심이라는 점이다.

비록 사회 교육이 인간의 동정심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대학기부를 통해 가치 사이클 안에서 조금씩 이루어져야 된다고 본다. 아직 한국사회 전반에 기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기부문화에 대한 대학의 역할을 네 가지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가치 생태계의 조성을 위한 인큐베이터

경제학자인 우마이르 하크(Umair Haque)는 기업을 대상으로 당신이 가치순환생태계를 만들지 않는다면 누군가가 직접 만들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안에서 이리저리 팔려가겠죠.(중략) 몇몇 산업은 내부를 혁신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모래무덤 밑에 묻힐 각오를 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대학도 같은 가치순환생태계 안에 있기에 같은 운명을 갖고 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산업의 소스인 대학에서 한다. 이때 가치 사슬(value chain)을 넘어 가치 사이클(value cycle)로 가야 하는데, 핵심은 필란트로피적 리더십이고,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기부문화는 가치순환생태계의 윤활유나 촉매제 역할을 한다. 결국 명문이 되기 위해 기부문화를 촉진한다는 것은 성공적인 대학의 가치 사이클을 기반으로 전반적으로 스필오버 현상(spillover effect)이 일어나 가치순환생태계 내에서 사회전반에 걸쳐 기부산업을 촉진한다는 뜻이 된다.

 

대학 기부문화의 뿌리는 단순히 대학 발전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된다. 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한 기부나 모금에 대한 논의가 발전(Development)의 개념으로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다. 희생자들의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거창한 비전만 제시하기에 지속 가능하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진정한 발전이란 단순한 재정 보충이 아닌 성공한 기부자를 축하하고 뒤처진 자를 말뿐인 멘토십(mentorship)을 넘어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힘인 스폰서십(sponsorship)으로 되어야 한다.

 

2. 철학과 학문이 있는 기부문화 소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말하고 행해지는 나눔이란 Judaismcharity, Greco-Roman 시대의 Philanthropy, 그리고 한국전통의 나눔 문화와의 혼합체이다. 이러한 융합에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론 개념에 대한 혼돈을 동반한다. 그 혼돈을 바로 학문적으로 잡아 주는 곳이 대학이다. 한양대에서 국내 최초로 필란트로피의 이해와 실천이라는 과목으로 교육이 진행 중이다. 대학에서 자원봉사나 기금모금 전에 기부문화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은 지식을 얻기보다는 바른 질문을 하기 위함이다. 빌 게이츠가 필란트로피스트 라고 하면 누가 왜 그를 그렇게 불렀으며, 과연 필란트로피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가능한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부의 역사를 연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다른 시대의 사건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다른 시대의 눈으로 봄으로써 지금 보는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고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기 위함이다. 불행히도 많은 대학들은 그 의문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대학의 문화는 그 사회의 질적 수준을 대변한다.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를 키워내는지는 사회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대학이 나눔과 봉사를 강조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성숙함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세계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하버드에서는 나눔을 중시하는 교육 철학을 가진다. 하버드대 안에서 학생들은 남과 더불어 살며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인재로 커 나간다. 급격한 성장기를 거쳐온 한국에서 대학은 산업 인력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맡아왔다. 쉴 틈 없이 달려오는 동안 취업과 스펙 같은 학생 개인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애를 썼다. 그래서 최근 한양대학에서도 남과 나눌 줄 아는 인재, 사회의 고민을 공유할 자세가 돼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사회 구성원 간 갈등 양상이 첨예해 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해답을 지성의 전당인 한양대가 찾으려는 열정이 있음이 확인이 되었다.

 

3. 포용적 비즈니스의 선도

우마이르 하크(Umair Haque)가 주장한 새로운 자본주의의 5가지 초석 중 하나인 완전한 시장(market completion)’이라는 콘셉트는 20세기 자본주의가 돌보지 못한 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하면 시장을 보다 완전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시장에 대응되는 20세기 자본주의의 초석은 시장 보호이다. 기업은 자신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 경쟁업체를 파괴하고 무너뜨리고 깨부수려 한다. 경쟁업체의 제품 유통을 제한해 소비자들이 자사 제품만을 쓰도록 가두려는 기업들은 1~2년 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자사 제품에 소비자를 가두지 않은 기업들이 훨씬 앞서 있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이때 포용적 비즈니스(inclusive business)와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개념이 필요한데, 빈곤층 및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이들에게 고용과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급 측면에서 취약계층을 생산자, 공급자로서 비즈니스 가치사슬에 포함해 소득을 증진할 방안을 모색한다.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다른 사람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만큼이나 생생하게 받아들이고, 또한 먼 곳에 있는 사람의 필요성도 직접 눈앞에 드러난 필요성처럼 신속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지성적인 사람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부문화 정신이 자기 대학 울타리를 넘어설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이것은 기부금을 모아 대학 안에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좀 더 폭 넓게 쓰는가에 대한 것이다. 전략적으로 대학의 목표가 최고의 기부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졸업생 중에 얼마큼의 숫자가 한국 사회에 기부하는가에 대한 지수가 더 중요하다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겨야 한다.

 

4. 정보 불균형을 해결하는 역할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발달한 대형단체들은 정보의 수집, 생산, 가공, 분배 능력이 뛰어나 양질의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게 기부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소형단체들은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기 힘들다. 우리 사회의 복지 불균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민간 모금기관들 역시 극심한 정보의 불균형에서 시작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월드비전,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상위 1~2%의 기관이 전체 모금액의 77.3%를 차지하고 있었다. 반면 하위 64.6% 기관의 모금액은 1%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대학 기부금의 쏠림 현상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영리단체의 정보 불균형은 이해 관계자의 불만, 갈등의 출발점이다. 전문지식이 요하는 문제에서는 더 심각하다. 물론 기부나 모금이 전문지식이 요하는가에 대한 이견이 있긴 하다. 그래서 많은 단체의 미션이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보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대학 교육은 바로 이런 정보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함이고, 그런 서비스가 필란트로피 산업의 중추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부자가 정보 불균형으로 인한 기부의 역선택을 초래하는 정보 불균형이 가장 근본적인 사회문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시키고 건강한 기부문화에 대학이 밑거름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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