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딸 최수정 동문(관현악과·12), 아버지 최동진 씨

2016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따뜻한 기부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딸 최수정 동문(관현악과·12)이 4년간 몸담았던 한양대에 기부를 한 학부모 최동진 씨가 그 주인공이다. 최 씨는 “받은 것을 나눠주는 것일 뿐”이라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더 많은 주변 사람들을 향해 그가 건네는 손길. 2016년의 시작을 나눔의 온기로 따뜻하게 물들인 최동진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딸 최수정 동문은 관현악과 12학번이다. 그리고 얼마 전 4년간의 학업을 마치고 학사모를 썼다. 타악기를 전공한 최 동문은 타악기에 관심이 많았던 아버지 최 씨의 권유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마림바를 배웠다고 한다. 물론 최 동문도 이에 흥미를 느껴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였고, 오케스트라 단원의 꿈을 키워왔다. 학창시절엔 한동안 콩쿨 입상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전공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고3 재학당시 본교 음악대학이 주최한 ‘한양관현악콩쿠르’에서 타악기 부문 1등을 하게 된다. 한양과의 인연의 끈은 여기부터 시작됐다. 이것을 계기로 한양대학교에 지원했다. “합격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계열수석입학이라는 놀라운 영예를 주시고 4년 전액 장학금도 받았습니다. 4년 장학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딸에게는 오히려 학창시절 전공 실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입학하자마자 관악 오케스트라 중국 공연 참여, 2학년 때는 영국 교포사회의 행사 반주, 콩쿨과 오디션 등 많은 경험을 하였고 수많은 연주를 소화해내기 위해 4년 내내 입시생처럼 바쁘게 지냈다. 이런 딸을 보며 최 씨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밤낮 없이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들의 열정이 오히려 놀랍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또한 간혹 밤늦은 시간에 학교에 방문해보면 늦은 시간까지도 연습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며 한양대 음대가 인정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딸 최 동문은 올해 2월 졸업을 했다. 아버지 최 씨는 딸의 재학기간 동안 모든 것이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 감사의 표현을 기부로 건넸다. 딸이 공부했던 관현악과 앞으로 발전기금 500만 원을 쾌척한 것이다. “졸업을 앞두고 지난 4년을 돌아볼 때 학교로부터 참으로 많은 혜택을 누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훌륭한 교수님들로부터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좋은 환경에서 우수한 재원들과 함께 연주를 할 수 있었다는 것 모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하기 전에 어떤 모양으로든지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 씨는 관현악과 중에서도 타악기 파트는 조금 특수하여 타악기 실도 따로 있고 타악기를 전공한 모든 학생들이 밤늦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타악기 실에서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런 딸의 후배들을 위해 관현악과로 기부처를 정했다. “이제 수정이는 학교를 떠나지만 한양대학교 타악기실과 맺은 인연은 지속될 것입니다. 비록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타악기실 환경개선이나 시설 보강에 유용하게 사용되어서 후배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정된 환경에서 연습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라며 작은 소망을 전했다. 학교와의 인연, 딸의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최 씨는 기부는 나눔이며 사랑의 실천이라고 밝혔다. “사랑도 받은 사람이 나눠줄 수 있듯이 제가 기부를 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내가 받은 것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정이의 입학에서부터 졸업까지 학교로부터 받은 혜택을 생각하면 제가 드린 것은 참으로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나마 받은 혜택을 지난 4년간 수정이와 동고동락한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씨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아버지가 있어 따뜻함이 배로 느껴졌다. 이제 자신의 길을 걸어갈 딸 최 동문의 앞날에 그 누구보다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흔쾌히 나눔을 실천해준 아버지 최 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앞으로도 최동진, 수정 부녀에게 음악만큼이나 나눔이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