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완성한 나만의 버킷리스트

박영욱 한미글로벌 상무는 설계 및 시공의 구조 분야 실무를 거쳐 오랫동안 건축구조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올 초 기부를 약정하고 그동안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지난 1월 박영욱 장학금으로 2500만 원을 약정하셨습니다. 기부를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대학교 다닐 때 교외장학금을 두 번가량 받았는데, 그중 한 곳이 존타클럽(여성 경영자와 전문직·관리직 여성들이 사회 지도층으로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봉사하는 국제적인 모임)이었습니다. 당시 사회활동하는 여성들이 멋져 보였고, 언젠가 그분들처럼 교외장학금을 줄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죠.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티끌 모아 태산’으로 일정액을 마련해 기부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습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학교 발전에 일조하게 된 것 같아 무척 기쁘고, 장학금 기부의 꿈을 이뤄 기분이 좋습니다.

건축공학부 재학생 대상의 장학금으로 특정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건축구조기술사이자 구조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습니다. 설계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우연한 기회에 구조로 전향했죠. 꼭 필요한 직업이지만, 우리나라 건축구조 분야가 아직은 열악하고 미진합니다.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시간도 필요하고요.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어려운 직업이라 요즘 젊은 친구들이 크게 흥미를 느끼지못하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구조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이 분야로 진출하길 바라는 마음에 서 구조 관련 과목을 신청한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특정했습니다.

구조엔지니어는 어떤 직업인가요?아울러 오랫동안 일하시면서 느낀 보람과 소회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구조엔지니어는 극소수가 하는 특수한 직업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1100명 정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 배우가 구조기술사로 나옵니다. 덕분에 조금 알려졌죠. 저는 구조기술사를 빌딩 닥터라고 말합니다.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고 내부 구조를 다루면서 건물을 치유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1988년에 이 일을 시작했으니 어느덧 33년이 됐네요. 구조의 꽃은 초고층인데, 저는 운 좋게 초고층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습니다. 초고층 전문가로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죠.

선진국과 비교해 국내 기부 문화에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요?

미국 유학 당시 선진국의 기부 문화를 많이 접했습니다. 저는 장학금이 많을수록 학교가 명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버드대학교는 90%의학생이 장학금을 받습니다. 이러한 혜택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모으는 것이죠. 좋은 학생을 유치하려면 장학금이 많아야 합니다. 이들이 졸업한 후 사회에서 함께 성장합니다. 저 역시 한양대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좋은 친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을 하며 동기들과 선후배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에도 기부문화가 많이 퍼진 것 같지만, 아직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학생을 많이 배출할 수 있도록 학교에 대한 기부가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기부 및 나눔 활동과 관련해 상무님께서 평소 가지고 계신 철학이 궁금합니다.

기부를 많이 하는 방송인 션이 언젠가 이런 말을 했어요. 하루에 만 원씩 모으면 1년에 365만원이 되는데 그것으로 기부를 시작했다고요. 저도 큰돈을 버는 사람이 아닌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라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흔히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기부하겠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돈을 벌 기회가 없어요.(웃음) 하루에 만원 정도 아껴 쓰고 모으면 대략 한 학기 등록금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장학금을줄 수 있어요. 기부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평소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저 역시 특별히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에요. 하나 더 말씀드리면, 관심 있는 분야에 기부하길 추천합니다. 저는 우연히 문화유산국민신탁이라는 단체를 알게 됐는데, 사라지는 근대문화유산들을 구입해서 유지·관리하는 곳이에요. 버려지는 건물이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에한 달에 만 원씩 기쁜 마음으로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기부하면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아직까지 국내에는 구조 실무에 관한 책이 거의없습니다. 자료가 흩어져 있어 기초부터 다질수 있는 책이 없어요. 오랫동안 노래처럼 이야기한 말인데 언젠가 책을 쓰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제 버킷리스트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