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서의 시간이 인생의 자산이 될 수 있길

가장 반짝이던 청춘에 누렸던 아름다운 기억이 모교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낳는다. 교육학과 89학번 동기회의 기부는 재학생들에게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고 더 멋진 사회인이자 교육인으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 이뤄졌다. 자신들이 품고 있는 한양에서의 기억, 그 온기를 전하고 있는 교육학과 89학번 동기회를 만나본다.

Q. 교육학과 89학번 동기회는 어떤 계기로 결성하게 되셨나요?

김유신 총무 입학 30주년 행사 전이었을 거예요. 간혹 수도권에 있는 동기 몇 명이 모여서 식사 자리를 갖곤 했는데요. 2018년 12월쯤에 송년회를 계기로 회비를 걷어서 모임을 운영하는 데, 문득 무의미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던 중 이왕 내는 회비를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누게 됐죠. 모여서 식사하고 얼굴 보는 친목 모임을 유지해오다가 제대로 된 일을 하려면 공식적인 모임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였고, 그렇게 해서 교육학과 89학번 동기회가 본격적으로 조직됐어요. 다른 학과를 봐도 저희처럼 동기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는 곳은 흔치 않은 것 같아요.

김은정 동문 다른 단과대의 경우 100명 이상의 대규모 정원이 많은데 비해 한양 사범대 교육학과는 30명의 소수 인원으로 구성돼 있었어요. 그렇다 보니 학부, 대학원, 교수님까지 모두 가족 같은 분위기의 대학 생활이었죠. 반백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돌아보면 교수님부터 학부생에 이르기까지 교육학과는 어떤 조직, 사회 구성원보다 순수하고 소박한 집단이라는 소중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고인이 되신 이수원, 장성수 교수님과 같은 훌륭한 교수님들의 지도와 교육철학, 학생들의 열정과 시대적인 상황 등 모두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동기 모임을 통해 순수했던 나와 우리의 모습을 다시 만나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Q. 2019년부터 매월 2만원씩 약 4년간 모금하여 학교에 기부하셨습니다. 꾸준한 모금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신 점이 있으신지요?

김유신 총무 사실 돈 내는 건 어렵지 않은 것 같아요. 다만 자동이체를 걸거나, 아니면 이체하라고 공지를 올려야 하는데 매번 그러긴 어려우니, 간편하게 카카오톡으로 이체하면서 겸사겸사 동기들에게 인사도 하고 근황도 전하게끔 한 거죠.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동기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과 동시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큼의 금액으로 꾸준히 지속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었습니다. 무엇보다 매달 모금에 참여한다는 것이 중요한 지점인데요. 거액을 일시에 기부하는 단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장학금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김은정 동문 우리 김유신 총무가 동기들의 의견을 잘 취합해 실천할 수 있도록 추진력을 발휘했어요. 온라인 뱅킹으로 계좌를 개설하고 모금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죠. 기부를 위해 우리 동기회 안에서 열심히 이끌어 주고 있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매월 직접 이체하고 있는데요. 모금도 모금이지만 단체 카톡방이 활성화 되어 동기들과의 소통이 꾸준히 이뤄진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Q. 교육학과의 후배들을 향한 애정은 조금 특별해 보입니다. 어떤 이유일지 궁금합니다.

김유신 총무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겨울에 학과 홈커밍데이에 참석했어요. 학과에 방문한 김에 동기회를 통해 장학금 모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학과 현황에 대해 듣게 되었죠. 저희가 재학하던 시절보다 정원이 더 줄어있더라고요. 과거에 비하면 그래도 수도권 출신 학생들도 많은 것 같고요. 저희가 재학생이던 시기를 생각해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있는 동기도 많았던 지라, 선배들이 밥도 자주 사주셨고,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던 좋은 기억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사범대 후배들은 후학 양성에 대한 꿈을 가진 학생들이니, 선배들이 좋은 경험을 물려주어 후배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긍정적인 에너지와 추억을 토대로 교단이나 사회에서 확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가 컸습니다. 어떠한 대가 없이 전해지는 사랑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윤활유가 될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Q. 교육학과 89학번 동기회는 매년 3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신데요. 장학금 전달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는 무엇일지요?

김유신 총무 저희 때만 해도 성적 장학금이나 과 대표 장학금, 근로 장학생 제도 정도만 있었지, 지금처럼 장학제도가 두텁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선배들의 기부가 후배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원이 되는 것은 거의 없었죠. 89학번 동기회 장학금 조성과 지급 기준에 관해 몇 가지 기준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성적을 너무 고려하지 말 것과 등록금을 감면해주는 형태나 성격이 아닌 학생들 생활비로 쓰였으면 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일하느라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죠.

김은정 동문 장학금 지급이 이뤄질 때 사회 배려 대상자라든지 이런 안전망에 걸려있는 학생들은 그나마 받을 기회가 많은데, 항상 애매하게 지급 대상 기준에서 비껴가는 장학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많아요. 특히 한양대는 공과대학이 강하기 때문에 기부금 누적도 사범 계열은 상대적으로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범 계열은 시대와 상관없이 항상 진로와 관련해서 어려움 겪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올해도 임용고시 합격생 중 대기발령 상태인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모로 조바심 나고 답답한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워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Q. 지면을 통해 한양의 동문과 교육학과 동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김유신 총무 나이가 들수록 보람과 감동을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다들 사는 방식도, 직업도 다양하고 그렇게 자기 위치에서 살아오다가 몇십 년 만에 만나서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모금에 동참한다는 것은 우리 동기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입니다. 후배들 역시 장학금을 전달받으면서 내가 학업이 뛰어나지도 않았고 어려움과 갈등 속에 살았지만 그래도 학창 시절에 나에게 도움을 줬던 선배들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면서 인생이 그래도 살만하구나 하고 다음 후배들에게 나눔을 대물림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실천의 시작이 중요하다고 덧붙이고 싶습니다.

김은정 동문 ‘적정기술’, ‘지속가능한발전’처럼 무리하지 말고 부담스럽지 않은 적정 수준으로, 지속할 수 있는 실천을 이어간다면 가고 싶은 곳 어디까지라도 동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부담 없는 가벼운 시작이 가장 우선인 것 같고, 모교에서 있었던 즐거운 추억과 기억을 두고 있다면 누구나 동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