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후배들을 위한 오랜 사랑

정길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이 지난 2013년부터 매달 이어온 기부액이 올해 1월 1,000만 원을 넘어섰다.

후배들을 위해 기계공학부 냉열기기 연구분야로 기부금을 특정한 그의 꾸준한 모교 사랑 이야기.

Q. 최근 한양대에 총 1,00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기부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2013년 스승의 날 행사에 기계공학부 이관수 교수님 연구실 석·박사 모임이 있었습니다. 당시 교수님께서 공과대학장과 공학대학원장을 역임하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10만 원씩 500만

원을 약정해 매달 자동이체 방식으로 진행했고, 몇 년 후 기부액이 채워졌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한 번 더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1,000만 원이 됐다고 학교에서 크리스털패를 보내주더군요. 덕분에 그때까지 기부 사실을 모르

고 있던 가족들도 알게 됐죠.

Q. 기계공학부 냉열기기 연구분야로 기부금을 특정한 것도 연구실과 관련이 있나요?

맞습니다.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냉열기기연구실에 들어가서 석·박사를 마칠 때까지 10여 년간 연구실 생활을 했습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도 많이 배웠고요. 최근 몇 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스승의 날 행사 때면 교수님을

찾아뵀습니다. 또 교수님께서 대학원 수업 중 졸업생들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드시면 학교에 찾아가 후배들을 만나기도 했고요. 그렇게 계속 인연을 이어왔기 때문에 제가 속했던 연구실의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기부

금을 특정했습니다.

Q. 모교와 재학생 후배들을 위해 장학금을 기부하신 소감이 궁금해요.

비록 적은 금액이라도 우리 후배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흐뭇했고, 또한 그것이 기부를 멈추지 않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교수님을 비롯해 후배들과 식사 자리도 갖지 못하다

보니 기부라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기부보다는 기부금의 용도가 명확한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내 기부문화가 선진국의 기부문화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2002년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2년가량 미국에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것이 미국에서는 기부와 나눔 활동이 일상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었어요. 사용하던 식기나 물건 등을 자기 집 앞마당에서 싸게 팔거나 매달 5~10달러가량의 금액을 지

역사회에 기부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작은 가게를 운영하거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도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지역사회를 통해 수혜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기부자들이 나도 언젠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어요. 한국에도 이런 기부문화가 널리 퍼지고 익숙해져서 생활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고액 기부자들에게는 세금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기부입학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부입학을 통해 다른 많은 학생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Q. 현재 삼성전자의 수석연구원으로서 스마트 조명 및 LED 분야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박사 후 연구원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소니에서 막 LED TV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저는 삼성에서 TV와 관련된 LED 기술 개발로 업무를 시작해서 신사업 분야인 조명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개발에서 마케팅으로 부

서를 이동해 이제는 기술보다는 제품을 기획하고 고객과 기술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아울러 동문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최근 2~3년간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회사생활을 마무리한 후에 해야 할 것들 중 하나로 봉사활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 기회가 생기면 늘 참여했는데, 의외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작게나마 일정 시간을 투자해서 봉사활동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저는 기부는 보험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것들이 쌓여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대한 보상이 큽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누군가를 돕고 산다는 심적인 안정감과 뿌듯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큰 금액이 아니어도 작게나마 자기가 관심 있는 곳에 기부를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그러면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고, 좀 더 행복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