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실천하며 달려온 인생 마라톤

긴 세월 전국 방방곡곡을 달리며 마라톤 문화를 확장하기 위해 힘써온 김성기 동문은 ERICA 사회교육원 체육학과를 졸업한 만학도다. 늦은 나이지만 한양의 일원으로서 배움에 힘쓰며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지닌 김성기 동문은 배움의 때란 특정되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이제 그는 기부를 통해 한양에서의 시간에 남다른 의미를 더하고 있다.

Q. 대학에 입학하기로 마음먹으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고령으로 체육학과 진학은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사)대한민국일주 울트라 마라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는가 하면 국내에서 진행하는 온갖 마라톤대회의 집행위원을 맡아올 만큼 그 열정도 각별했지요. 그러던 중 마라톤협회 회장직을 내려놓던 시점에 희소병인 만성 골수암에 걸리게 됐습니다. 투병한 지 햇수로 9년 차에 접어들었죠. 본래 골수암이 3년 이상 생존율이 15%라고 해요. 저는 어느덧 9년을 살고 있는 셈이니 삶이 무척 각별하죠. 처음엔 희소병 진단에 마음이 참담했지만 이후 오히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활동적으로 살기 위해 아내와 참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평생의 꿈이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죠. 평생 체육인으로 살아왔으니 체육학과 진학은 당연한 길이었습니다.

Q. ERICA 사회교육원에 500만 원의 기부 약정을 하셨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기부를 결심하게 되셨나요?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한 만큼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금을 받기도 했지만, 아버님이 국가유공자이신 덕분에 학비를 많이 감면받을 수 있었어요. 저는 사회와 대학에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보니, 저처럼 늦은 나이로 학업에도전하고 싶은 분들이나, 가정 형편으로 어려움에 처한 어린 후배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제가 6.25 이후에 태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그 당시를 생각하면 먹고살기가 어려워 대학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늙은 나를 학교가 받아줘서 대학을 졸업한 것도 무한 감사한데, 나도 뭔가 대학에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고 싶어 기부를 결심하게 됐지요.

Q. 기부를 결정하실 때 주변 분들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평소동문님의 기부에 대한 신념이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의협심이 무척 강한 성격이었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돕는 것에 언제나 적극적이었던 편이었죠. 어린 시절부터 가정환경은 넉넉지 못했지만, 저보다 더어려운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가 참 어렵더군요. 기부라고 자랑할 만한 것은 아니었지만 가진 것을 나누는 것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몸에 배었기 때문에 기부를 결심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 아내도 꾸준히 2, 30년에 걸쳐서 기부를 해오고 있는 사람이라 가족들도 저의 이러한 결정을 환영했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주었습니다.

Q. 기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참여와 실천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우리 사회에 기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 종강 기념으로 모임을 가진 적이 있어요. 저보다 젊은 친구들과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부 전통을 꾸준히 이어가 보자고 권유를 했었죠. 저는 꾸준한 기부문화를 유산처럼 전수해주는 것이 선진국 교육 수준에 걸맞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경제소득 수준이 높아진다고 선진국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고 살피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이야말로 선진국의 수준에 다다랐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한양대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미국처럼 기부문화를 조성해서 동문에 의해 대학의 유산을 만들어가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기부에 대한 깊은 마음, 배움에 대한 열정이 본보기가 됩니다. 후배들과 한양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저는 이 말을 평생 마음에 품고 있어요. 내가 꿈을 버리지 않으면 가능성은 항상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배우고자 한다면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등 배울 수 있는 창구는 정말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요. 배우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길이 존재합니다. 나이와 환경에 상관없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동문으로서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