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연구자로 함께하는 나눔의 삶

의과대학 로비에는 발전기금 기부자들과 한양의대를 빛낸 동문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부월이 있다. 

지난 2018년 최동호 교수가 의학과장으로 있을 때 의과대학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최근 이곳에 의과대학 발전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한 최동호 교수의 이름이 새롭게 올라갔다.

화이자의학상 수상 계기로 고액 기부 결정

최동호 교수는 지난해 겨울 제19회 화이자의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상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관하고 한국화이자제약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의학상이다. 매년 기초의학, 임상의학, 중개의학 부문에서 2년 내 발표된 논문의 우수성과 창의성 등을 평가해 수상자를 발표한다. 최 교수는 정교한 유전자 교정 기술과 줄기세포 기술을 접목해 유전성 간질환 치료가능성을 제시했다. 유전적 간질환 치료에서 정확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세포 이식 치료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중개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반가운 소식에 이어 최 교수는 상금 3,000만 원에 사재를 보태

기부를 결심했다. 그는 지난 12월 23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발전을 위해 1억 원을 쾌척했다. 의과대학 기부월을 만들 때 1,000만 원을 전달했고, 2010년부터 매달 10만 원씩 정기 기부를 이어간 데 이어 화이자의학상 수상 후 고액의 발전기금을 전달하며 나눔 행보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이 상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한양대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받은 상이라 학교에 돌려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현재 연구부원장과 의학연구원장, 동물실험실장, 장기이식 센터장 등을 겸직하며 연구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것이 동물실험실입니다. 3년 후 설립 예정인 의생명융합연구센터(동물실험실)에 힘을 보태 고자 지정 기부했습니다. 연구센터가 잘 조성되면 후배들이 좀 더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 좋은 연구가 이뤄지고 발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기부의 아름다운 선순환을 기대하며

최동호 교수는 “국내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기부 후 확실한 보상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메모리얼 도서관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이 도서관은 타이타닉호 침몰로 사망한 아들을 기리기 위한 어머니의 기부로 지어졌다. 당시 기부 조건은 메모리얼룸에 매일 꽃을 가져다줄 것과 모든 재학생이 수영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약속은 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이와 함께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대우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 최 교수가 의과대학에 기부월을 만들면서 각별히 신경 쓴 이유가 여기 있다.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항상 빛나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기부월은 의과대학이 사라지지 않는 한계속될 것이고, 이를 잘 유지하고 홍보해 기부문화가 활성화되면 빈 자리도 계속 채워지겠죠.”

의과대학 기부월에는 기부자뿐만 아니라 한양의대를 빛낸 동문들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 있다. 여기에 이름을 올린 동문 중 두 명이 기부에 동참해 고재경랩과 김성윤랩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조성된 연구소에서 후배들이 열심히 연구해 좋은 성과를 거두면 또 다시 학교에 기부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기부가 활성화되면서 기부월은 새로운 이름으로 차곡차곡 채워질 것이다. 

연구는 반복된 일상을 이겨내는 삶의 원동력

최동호 교수는 지난 2013년 10여 년간 근무한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 한양대학교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양의 울타리 밖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견문을 넓혀 돌아온 덕분에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쳤고, 이를 자양분 삼아 지금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사실 의사 업무는 수술과 진료의 반복이라 늘 똑같고 힘들다. 외과의사는 더욱 그렇다. 지친 일상에 돌파구가 되는 것이 바로 연구다. 그는 연구를 할 때면 새로운 생명력과 생동감을 얻는다고 털어놓는다.

최동호 교수에게는 오래 전부터 간직한 꿈이 있다. 바로 인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좋은 논문을 많이 발표해 이미 인공 간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딩그룹에 속한 그이지만, 화이자의학상을 받으면서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믿음과 함께 계속 걷다 보면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인공 심장이나 신장은 있지만, 아직까지 인공 간은 없습니다. 간의 기능이 많아서 모두 구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구를 통해 목표를 이룬다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입니다. 또 연구 결과가 잘 나오면 이번처럼 상도 받고 기부도 할 수 있겠죠. 연구는 제 삶의 원동력입니다. 힘들 때마다 저를 지켜주는 것은 연구와 기부 후의 보람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무형적인 것들이야말로 저를 바로 서게 하는 힘이죠.”

열정적인 연구원과 학생들을 잘 발굴해서 정년이 되기 전에 연구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최 교수는 혹여 자신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후배들이 좋은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물실험실과 같은 연구 인프라 조성도 그중 하나다. 인공 간 개발에 성공해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이를 통한 수익과 지적 성과물 등 많은 것들을 학교에 기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후배들이 제대로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최 교수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다.

한양은 나를 키워준 요람이자 터전

최동호 교수가 학창 시절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그는 한양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한양대 스킨스쿠버다이빙 동아리 부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한양인을 만났고 이러한 경험이 사회인으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의과대학 야구부 회장으로 활동하며 좋은 선후배들을 만나 인생을 지탱하는 힘을 얻었다.

“한양은 저를 키워준 요람입니다. 사회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는 것들을 마련해준 터전이죠.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을 통해 성숙해졌고 여러 활동으로 사회성을 키웠습니다. 책에서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의사가 됐다는 최동호교수. 늘 재능 기부를 하는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눔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방면으로 넓게 퍼져간다. 에티오피아 등 해외 의료봉사 활동에 꾸준히 틈틈이 참여하는 것도 그런 마음의 발로다.

“자신의 일이 그것 자체로 봉사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래서 의사로서 할 수 있는 나눔 활동에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합니다. 의사는 측은지심이 있어야 하는데, 기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부가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활 속에서 취미생활 즐기듯이 조금씩 편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매일 회진을 도는데, 주말에 나올 때마다 이것 역시 재능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면 환자들이 좋아하니까요. 이런 소소한 것들을 모두 기부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기부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되지 않겠어요?”

실제로 한 통계에 의하면, 소액 기부자가 고액 기부자가 되는 것이지 한 번도 기부하지 않은 사람이 거액을 기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작은 나눔을 생활화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바뀌고 능력과 여유가 생겼을 때 큰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기부는 어느 날 갑자기 특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새삼 진한 울림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