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간호학과를 특별하게 만드는 우정

캠퍼스를 생각하면 애틋하고 서로를 떠올리면 마음이 뭉클한 참 벗들이 한양에 다시 모여 진한 우정의 힘을 실천했다. 간호대학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탠 간호학과 82학번은 한양의 간호학과가 왜 특별한지를 보여주는 멋진 롤 모델이다. 모교를 향한 애정과 관심, 서로를 향한 진심어린 마음이 그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간호학과 82학번

남다른 동기 사랑, 모교 사랑

겨울이 깊어진 2022년 12월,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82학번 동기회의 간호대학 발전기금 전달식이 마련됐다. 황선영 간호대학장을 비롯해 한양대 서울병원 간호과장으로 재직 중인 하루미 동문, 병원을 떠나 가정에 충실해 오다 다시 간호사로 현직에 복귀한 표해선 동문, 멋진 사업가로 남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이경미 동문이 간호학과 82학번을 대표해 자리를 빛냈다. 함께하지 못한 세월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은 듯, 한양에서의 추억은 스무 살의 풋풋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게 했다. 입학 40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묻는 말에 이경미 동문은 한양에서 함께한 시간은 곧 ‘감사한 추억’이라며 감회를 전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시간을 네 번이나 지나 왔잖아요. 캠퍼스만 오면 재학생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같고, 몰라보게 발전한 캠퍼스를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온 동기들과 특별히 대학에 남아 수고해주고 있는 황선영 학장님에게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긴 세월이 지났음에도 젊음을 함께 한 동기들은 홈커밍데이를 계기로 다시 만나 뭉쳐보자는 말 한마디에 기쁨으로 화답했다. 표해선 동문은 “이처럼 모두가 호응할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순수함으로 서로를 대하는 동기들의 소녀 같은 마음씨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들 심심했던 게 분명하다며 농담을 건넨 하루미 동문은 동기들과 함께한다는 것에 기대감과 즐거움을 드러냈다. 함께한 날보다 흩어져 지낸 세월이 더 길었음에도 이처럼 끈끈하게 유대 관계를 지속하는 비결이 궁금해진다.

“저희 동기들은 소그룹 모임이 참 잘 짜여 있어요. 간호학과 안에서도 그룹을 통해 서로 연결이 되다 보니 홈커밍데이나 동문모임을 열면 항상 우리 간호학과가 제일 잘 모였던 것 같아요. 서로에게 애정과 관심이 있으니 모교를 위한 일에도 열심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미 동문은 시간이 지남에도 변함없는 결속력을 보여준 동기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모교에 대한 소식과 행사뿐만 아니라 경조사 소식까지. 메신저 앱으로 알림이 울리면 발 빠르게반응하고 확산시키는 간호학과 소그룹 활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공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서로의 어려움을 함께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진솔하고 끈끈하게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간호학과 82학번을 더욱 단단하게 묶어 주는 듯하다. 

일생을 의롭게 살며 간호직에 최선을 다하는

현재까지 간호사로 종사 중인 82학번 동기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일생 동안 간호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촛불 앞에서의 다짐은 삶을 이루는 중요한 근간이 됐다.

“간호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알게 된 의료 상식, 환자 케어에 대한 노하우가 병원 밖에서 빛을 발하곤 합니다. 아이를 양육할 때나 가족이 아플 때 그 누구보다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적절히 돌볼 수 있었죠. 실생활에서 간호 분야가 얼마나 특별한지 느낄 때가 참 많아요.”

이경미 동문은 간호사로서의 그 마음가짐이 전수되어 자녀 세대에서 또 다른 간호사가 배출되었다며 이러한 마음과 정신이 전수되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황선영 학장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를 뒤이어 간호사가 된 황선영 학장은 딸에게도 간호인으로의 삶을 물려주고 있다. 병상에 누운 가족들을 돌보는 일 또한 힘든 일이지만 간호사라서 가능했던 수고였다. 이러한 모습은 간호사가 직업이 아닌 사명임을 일깨워 준다. 

표해선 동문은 82학번 동기 중 유일하게 모교 대학병원으로 진출하지 않은 케이스다. 모교의 울타리를 떠나 낯선 곳에 뿌리를내린 만큼 한양 간호학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뜨겁게 근무해왔다. 7년의 근무를 마치고 긴 시간 가정에 충실해 온 그녀는 6년 전 1차 병원의 내과 간호사로 다시 복직했다. 원래 있어야 할 제자리를 찾은 듯 그녀에게 간호사는 하늘이 주신 천직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라고.

“1차 병원 내과에 근무하다 보면 여러 어르신을 대할 때가 많아요.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친절과 정성을 다해 돌볼 때, 환자분들의 심신이 회복과 위안을 얻고 가시는 것 같아 무척 뿌듯해요. 오히려 젊은 시절엔 긴장 속에서 근무해온 터라 간호사가 나에게 맞는 직업인지에 대해 고민이 깊었는데,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니 결국 간호사가 되길 잘했다 싶더라고요.”

한양대 서울병원 수술실에서 오랜 시간 자리해온 하루미 동문은 표 동문과는 약간 다른 케이스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치료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함에도 언제나 마음 같지 않았다. 그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는 간호사 후배들의 고충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해 왔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동에서 환자들을 대하는 것보다 수술실에 서 일하는 것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여러 의료진과 같은 호흡을 가지고 수술이 착착 진행될 때 더 크게 보람을 느끼는 편이에요. 수술실은 긴급한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목격할 수 있는 멋진 현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환경과 상황을 떠나 환자를 살리려는 헌신된 마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간호인을 더욱 빛내준다.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간호사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 환경, 노력과 수고에 비해 아쉬운 처우가 차근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간호사 개개인에게 병원은 곧 사회생활의 중심 무대다.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만큼, 개인의 이익보다 타인을 위한 수고를 우선할 때가 많다. 그만큼 의료인에게는 다른 직업보다 더 강하고 견고한 직업적 사명감이 요구된다. 제도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지만 현직 종사자이자 선배, 교육자로서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긴 시간의 고민이 필요했다. 황선영 학장은 간호인에게 필요한 기술적 자질 외에도 건강한 삶의 자세를 가꿀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모교가 차세대 간호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각적으로 강구해 왔다.

“우리 대학 간호학과가 간호대학으로 승격이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서울권 대학에서도 후발주자인 셈이죠. 학부 운영 외에도 임상간호대학원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는 간호대학 승격이 필수적이었어요.”

2020년, 제2의학관 B동에서 두 개의 층을 사용해 유지되던 간호학과가 미래융합관으로 옮겨 왔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환경개선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대학원생들을 발굴해 보다 고도화된 교육을 실현하는 데에는 단과대학으로의 승격이 기본이었다. 82학번 동기가 학장으로 활동하며 모교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본 동기들은 그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마음을 모았다.

이번 간호대학 발전기금은 82학번 동문회의 홈커밍데이를 기념하며 조성됐다. 한양대 간호학과가 간호대학으로 승격되고, 특별히 함께 공부했던 82학번 동기가 학장으로 자리한 이 시점에 뜻깊은 기부를 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네 명의 동문은 감격의 마음을 표했다. 이경미 동문은 “간호대학 승격은 동문 모두의 염원이었다”고 말하며 “현장에 있는 우리 동기들이 치열하게 노력해왔다는 것, 그리고 그 선두에 우리 동기가 서 있었다는 것이 가슴 벅차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을 위해 보다 나은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분명한 비전과 방향성으로 최선의 지원을 펼치려는 대학의 노력. 여기에 동문이 힘을 보탰다는 것은 한양대 간호대학이 얼마나 든든한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관심이 있는 만큼 세밀히 살피는 법이다. 82학번 동기들은 서로 간의 친밀한 교류를 기반 삼아 모교와 후배 간호인을 뒷받침 해 줄 든든한 그루터기로 자리 잡았다. 청춘을 함께한 대학과 다음 세대를 키우는 일에 동참하는 동문. 모교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미래 간호사를 위한 진심 어린 섬김이 한양 간호학과의 경쟁력을 키우는 엔진일 것이다.